학폭

학교폭력 신고했는데 학교가 3주 넘게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정홍철 변호사2026. 9. 7.
+ 이웃추가

교육 목적으로 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의뢰인의 사건이나 상담 내용을 옮긴 것이 아니며, 등장하는 인물·회사·지역·수치는 모두 가상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해 보여도 무관하며, 예측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학교가 사실상 방치한 경우, 피해 학생 측이 법적으로 어떤 경로를 밟을 수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딸아이가 같은 반 여학생 세 명에게 지난 9월 초부터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욕설과 따돌림을 당해왔어요. 10월 8일에 딸이 울면서 저한테 처음 털어놨고, 저는 다음 날 바로 담임선생님께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일단 제가 먼저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잘 해결해 볼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2주가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어요. 10월 23일에 제가 다시 전화했더니 '지금 조율 중'이라고만 하시고,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는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그러다 11월 1일에 딸아이가 복도에서 그 애들한테 또 욕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학교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어요. 11월 3일에 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교감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도 '담임이 처리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하시면서 학교폭력 신고 접수 여부조차 확인을 못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녹취를 시작했고, 단톡방 캡처도 다 뽑아뒀습니다. 지금 딸아이는 학교 가기 싫다고 하고, 소화도 못 하고, 소아청소년과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진단서도 있습니다. 학교가 이렇게 뭉개고 있는데 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학폭위를 직접 요청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교육청에 먼저 가야 하나요?

신고 접수부터 심의위 개최까지, 학교에 실제로 부여된 의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지체 없이 가해·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하고 있어요. '지체 없이'라는 표현이 그냥 권고가 아니라 의무 규정입니다. 또한 피해 학생 측이 심의를 요청하면 학교의 장은 이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에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하고, 심의위는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회의를 열어야 해요. 이 사안에서 법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어머니가 10월 9일에 담임에게 학교폭력 신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사실입니다. 담임이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했더라도, 이미 신고 의사가 표명된 이상 학교는 내부 조율과 별개로 공식 접수 절차를 진행했어야 해요. 그런데 3주 이상 아무 공식 조치가 없었고, 그 사이 피해가 재발했다는 건 절차적 의무 위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학교 측의 '조율 중'이라는 말이 심의위 회부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데 활용됐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심의위를 '기다리는' 것과 '직접 요청하는' 것의 차이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 학생의 보호자가 심의위 개최를 직접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통하지 않고 교육지원청에 직접 신청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 점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학교만 믿고 기다리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꽤 자주 보입니다. 지금 이 상황처럼 학교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부서에 서면으로 심의위 개최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에요. 요청서를 낼 때는 신고 경위, 날짜, 담임·교감과 나눈 대화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이미 확보해둔 단톡방 캡처와 녹취 파일은 이 단계에서 첨부 자료로 쓸 수 있어요. 심의위가 열리면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서면 사과, 접촉 금지, 학급 교체, 출석 정지 등)와 피해 학생 보호 조치가 함께 결정됩니다. 학교 측이 절차를 지연했다는 사실은 심의 과정에서 학교의 관리·감독 소홀로 기록될 수 있고, 이후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때도 의미 있는 근거가 됩니다.

학교의 방치가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조건

학교가 학교폭력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된 경우, 국가배상법이나 민법상 사용자 책임 법리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이 인정해 온 흐름입니다. 다만 배상 청구가 인정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해요. 첫째, 학교 측이 피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안에서는 10월 9일에 담임에게 직접 신고 의사를 밝혔고, 10월 23일과 11월 3일에 추가 접촉이 있었으니 학교의 인지 사실 자체는 비교적 입증이 수월한 편이에요. 둘째, 학교의 부작위와 피해 확대 사이의 인과관계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11월 1일에 재발한 피해가 바로 그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어요. 셋째, 손해의 범위 입증인데, 적응장애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심리 상담 기록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반대로 학교 측이 '담임이 내부적으로 중재 노력을 했다'는 기록을 제출하면 책임 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 지금 단계에서 학교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를 서면으로 요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챙겨야 할 것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모든 소통을 문서화하는 겁니다. 담임과 나눈 통화 내용, 교감과 면담한 날짜와 대화 요지를 지금이라도 날짜별로 정리해서 파일로 만들어두세요. 녹취가 있다면 그 파일도 안전한 곳에 백업해야 합니다. 단톡방 캡처는 메시지 날짜가 보이도록 전체 화면을 저장하고, 가능하면 공증이나 사설 공증 서비스를 통해 날짜를 확인받아두면 나중에 증거로 쓸 때 신뢰도가 높아져요. 딸아이의 적응장애 진단서와 이후 치료 기록은 모두 원본을 보관하고, 치료비 영수증도 빠짐없이 챙겨야 합니다. 학교에는 서면으로 '학교폭력 신고 접수 여부와 현재까지 취한 조치를 문서로 회신해달라'고 요청하면, 학교가 답변을 회피하거나 늦추는 것 자체가 이후에 의미 있는 기록이 됩니다. 교육지원청에 심의위 개최를 직접 신청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는 시점이에요. 아이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면 긴급 보호 조치 신청도 별도로 가능합니다.

TEST학교폭력 절차와 쟁점 점검답변에 따라 추가로 확인할 쟁점과 자료를 정리해보세요 →

이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자가 점검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필요한 경우 변호사에게 확인하세요.

♡ 공감댓글 0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