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범죄

동업자가 공동계좌 5천만 원 들고 연락 두절, 횡령인가 민사인가

정홍철 변호사2026. 9. 7.
+ 이웃추가

교육 목적으로 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의뢰인의 사건이나 상담 내용을 옮긴 것이 아니며, 등장하는 인물·회사·지역·수치는 모두 가상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해 보여도 무관하며, 예측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함께 운영하던 소규모 사업체의 공동자금을 동업자가 무단 인출한 뒤 잠적한 사례. 형사 횡령과 민사 부당이득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실질적인 회수로 이어지는지 분석한다.

저는 올해 초부터 지인과 둘이서 소규모 인테리어 자재 납품 사업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정식 법인 설립이 번거롭다고 해서 동업자 명의로 사업자를 내고, 공동으로 쓸 통장은 제 명의로 만들었습니다. 사업 초기 운영자금으로 제가 3천만 원, 상대방이 2천만 원을 넣어서 총 5천만 원을 함께 모아뒀고요. 수익이 나면 6대 4로 나누기로 구두로 합의했고, 따로 서면 계약서는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달 말, 제가 출장 다녀온 사이에 그 통장에서 4,800만 원이 한 번에 빠져나간 거예요. 처음엔 무슨 거래 대금이 나간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상대방이 직접 창구 출금을 한 거였고, 그날 이후로 전화도 문자도 다 씹히고 있어요. 카카오톡 프로필도 지웠고, 사무실에 가봤더니 짐도 다 빠져 있었습니다. 2주가 지난 지금도 소식이 없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빌려간 전력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는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통장이 제 명의이긴 한데 상대방도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했고 실제로 출금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어요. 지금 당장 고소를 해야 하는지, 민사소송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아니면 둘 다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고 머릿속이 하얘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당한 건가요?

통장 명의와 비밀번호 공유, 형사책임을 가르는 기준선

이 사안에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건 상대방이 통장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형사처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입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불법으로 영득할 때 성립하는데, 형법 제355조 제1항이 그 근거예요. 핵심은 '보관 관계'입니다. 단순히 비밀번호를 아는 것과 법적으로 보관을 위탁받은 것은 다르거든요. 실무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어떤 합의로 그 비밀번호가 공유됐는지, 그리고 인출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꼼꼼히 살핍니다. 이 사건처럼 공동 운영자금이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자금을 함께 관리하기로 했다면, 상대방은 그 돈을 사업 목적에 맞게만 쓸 수 있는 제한적 권한을 위탁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요. 그 한도를 초과해 사업과 무관하게 전액을 인출하고 잠적했다면, 법원이 이를 불법 영득 의사의 발현으로 판단해 온 흐름과 맞아떨어집니다. 반면 상대방이 '내 지분을 회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사적 분쟁 상황임을 강조하면 형사 입건이 늦어지거나 혐의 인정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챙겨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출금 당일의 CCTV 영상 보존 신청을 은행에 직접 요청하는 것, 그리고 그 이전까지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함께 관리했는지를 보여주는 카카오톡 대화·이체 내역·문자 메시지를 전부 백업해두는 것이에요.

사기죄를 같이 검토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입증의 벽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간 전력이 있다는 대목은 단순 횡령을 넘어 사기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기망 행위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인데,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의도였다면 동업 제안 자체가 기망 행위가 될 수 있어요. 다만 이걸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까다롭습니다. '처음부터 편취 의도가 있었다'는 건 내심의 영역이라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법원은 이런 사안에서 범행 전후 정황, 즉 자금 사용처, 잠적 시점, 다른 피해자 존재 여부, 자력 상태 등을 종합해 내심 의도를 추단하는 방식을 취해 왔어요.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그 사람과 연락해서 피해 경위를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각자 따로 고소하는 것보다 유사 피해 사례가 묶이면 수사기관이 상대방의 상습성을 훨씬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어요. 단, 전력이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람이 실제로 피해를 입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당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소문이 아닌 확인된 사실만 고소장에 담아야 나중에 역풍을 맞지 않아요.

형사고소가 돈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가압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

많은 분들이 고소를 하면 돈이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시는데, 형사절차는 처벌을 위한 것이지 피해 회복을 보장하는 경로가 아니에요. 상대방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돈을 숨겨뒀거나 이미 써버렸다면 형사 판결만으로는 한 푼도 못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사 절차와 병행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가압류를 최대한 빨리 신청하는 게 핵심이에요. 민사집행법상 가압류는 본안 소송 전에도 채무자의 재산을 동결할 수 있는 수단인데, 상대방이 잠적한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 명의로 돌려놓기 전에 손을 써야 합니다. 상대방의 부동산, 금융계좌, 차량 등이 파악된다면 각각에 대한 가압류 신청이 가능해요. 주소나 재산 소재를 모른다고 해서 막히는 건 아닙니다. 법원에 금융거래정보 조회 신청이나 재산명시 신청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있고, 주민등록 주소지를 기준으로 일단 절차를 시작할 수 있어요. 동업계약서가 없다는 게 가압류 신청의 장애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소명 자료로 이체 내역, 대화 기록, 출금 내역 등을 보기 때문에 서면 계약이 없어도 자금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간접 자료들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신청 자체는 가능해요.

계약서 없는 동업, 민사 청구 범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구두 합의만 있고 서면 계약서가 없다는 점은 민사 청구 단계에서 분명히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청구 금액의 근거, 수익 배분 비율, 각자의 출자 규모를 법원 앞에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전부 피해자 쪽에 있거든요. 그나마 이 사건은 제 명의 통장으로 자금이 모였고 이체 내역이 남아 있다는 게 유리한 출발점입니다. 각자가 얼마를 납입했는지는 이체 기록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어요. 수익 배분 비율에 대한 구두 합의는 카카오톡이나 문자에 조금이라도 언급이 있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찾아보셔야 합니다. '6 대 4로 하자'는 한 줄짜리 메시지도 법원에서는 의미 있는 증거가 돼요. 민법 제703조 이하 조합 규정이 동업 관계에 유추 적용될 수 있는데, 조합원이 조합 재산을 무단으로 처분한 경우 나머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조합 관계인지, 단순 공동사업 약정인지에 따라 법적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서 실제 사실관계를 꼼꼼히 정리해두는 게 우선이에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은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타임라인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관련 대화와 금융 기록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입니다.

TEST사기 피해금 회수 쟁점 점검답변에 따라 추가로 확인할 쟁점과 자료를 정리해보세요 →

이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자가 점검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필요한 경우 변호사에게 확인하세요.

♡ 공감댓글 0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