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범죄

통장 빌려줬다가 보이스피싱 계좌로 입건됐는데 어떻게 되나요

정홍철 변호사2026. 9. 7.
+ 이웃추가

교육 목적으로 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의뢰인의 사건이나 상담 내용을 옮긴 것이 아니며, 등장하는 인물·회사·지역·수치는 모두 가상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해 보여도 무관하며, 예측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인 부탁으로 통장을 빌려줬다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경찰에 입건된 사례.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조 혐의의 구조와 실무 처리 흐름을 분석했어요.

글 올리기가 너무 부끄럽지만 너무 무서워서요. 저는 올해 3월에 예전 직장 동료였던 지인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자기가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는데 법인 계좌 만들기 전에 임시로 정산 받을 통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딱히 쓰지 않는 농협 통장 하나가 있었고, 잔액도 없고 해서 그냥 빌려줬어요. 통장이랑 체크카드를 택배로 보냈고 비밀번호도 알려줬습니다. 그 지인을 10년 넘게 알고 지냈고 실제로 쇼핑몰 한다는 얘기를 SNS에서도 봤기 때문에 의심을 전혀 안 했어요. 그런데 4월 중순에 갑자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 계좌가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취 계좌로 이용됐다고,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는 거예요. 피해 금액이 총 870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기간에 그 통장에 뭐가 들어오고 나갔는지 전혀 몰랐어요. 지인한테 연락해 보니 전화가 아예 안 받아져요. SNS도 삭제됐고요. 경찰서에 가서 사정 얘기를 다 했는데 조사관이 표정이 굳어지더니 입건 처리가 됐다고 했어요. 제가 공범이 되는 건지, 전과가 생기는 건지, 아니면 실형까지 받을 수도 있는 건지 머릿속이 하얘져요.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요?

통장을 빌려준 행위가 법적으로 어떤 자리에 놓이는가

이 사연에서 법적으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긴 행위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계좌가 실제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됐다는 사실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 즉 통장·카드·비밀번호 등을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이 조항은 이유가 무엇이든 타인에게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통상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 불리는 법에서도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계좌 명의인의 책임을 다루고 있어요. 이 사건에서 상담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직접 구성원이 아니라 계좌를 제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기죄의 공동정범보다는 방조범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실무상 더 높아요. 다만 방조라도 형법상 처벌 대상이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이 모두 규정돼 있습니다. 핵심은 상담자가 보이스피싱에 쓰일 것을 알았느냐, 즉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 여부예요.

고의가 있었냐 없었냐, 실무에서 결과를 가르는 기준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런 사건에서 가장 집중하는 건 결국 '이 사람이 범행에 쓰일 걸 알면서도 통장을 넘겼느냐'입니다. 완전히 몰랐다면 무죄 방향이지만, 알면서도 넘겼거나 알 수 있었는데 외면했다면 유죄 쪽으로 기울어요. 실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실들이 있어요. 처음 만난 사람이나 온라인으로만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았을 때,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겼을 때, 여러 개의 통장을 한꺼번에 넘겼을 때, 상대방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반면 이 사연처럼 10년 이상 알고 지낸 지인이고, 실제 사업 정황이 SNS 등에 남아 있으며, 대가를 받지 않았고, 단 하나의 통장만 넘긴 경우라면 고의를 부정하는 방향의 논거가 상당히 쌓여요. 법원이 이런 유형의 사건을 다뤄 온 흐름을 보면, 피고인이 범행 목적을 몰랐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입증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또는 무죄로 처리되는 사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만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얼마나 있느냐가 실질적인 분수령이 됩니다.

지금 당장 확보해야 할 것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입건된 상태라면 지금 이 순간이 증거를 모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수 있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지인과 나눈 모든 대화 기록을 캡처하고 백업하는 겁니다.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가릴 것 없이 다 저장해야 해요. 특히 '쇼핑몰 정산 받을 통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가 있다면 그게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어요. 지인의 SNS 계정이 삭제됐다고 했는데, 인터넷 아카이브나 캐시 페이지에 게시물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그것도 서둘러 캡처해 두세요. 지인이 실제 사업을 한다고 믿을 만한 근거, 예를 들어 사업자등록 관련 언급이나 물건 판매 게시글 같은 것도 모아 두면 좋습니다. 통장을 택배로 보낸 기록, 즉 운송장이나 결제 내역도 남겨 두세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진술이 기록으로 남고 나중에 번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실에 맞게 일관되게 말하는 게 중요해요. 지인에게 속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많을수록 혐의 방어에 실질적인 힘이 생깁니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는 점, 이 변수를 빼놓으면 안 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통장 대여가 아니라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870만 원을 잃은 사건이에요. 이 점이 수사와 처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검찰이나 경찰이 혐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단하더라도, 피해 회복 여부가 처분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이 이뤄지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인정되는 경우 기소유예나 약식기소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실무상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반대로 상담자 본인도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계좌를 사취한 지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건 별개의 선택지예요. 지인을 고소하면 수사기관 입장에서 상담자가 범행 가담자가 아닌 피해자 측에 서 있다는 정황을 더 명확히 볼 수 있어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체계에서 계좌 지급정지나 피해금 환급 절차가 이미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금융기관에 확인해 두는 것도 전체 사건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TEST보이스피싱 연루 상황 점검답변에 따라 추가로 확인할 쟁점과 자료를 정리해보세요 →

이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자가 점검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필요한 경우 변호사에게 확인하세요.

♡ 공감댓글 0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