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목적으로 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의뢰인의 사건이나 상담 내용을 옮긴 것이 아니며, 등장하는 인물·회사·지역·수치는 모두 가상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유사해 보여도 무관하며, 예측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직 중 겪은 부당한 처우를 익명 플랫폼에 후기로 남겼는데 회사 측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온 사건.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의 경계, 공익성 항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봅니다.
사연안녕하세요, 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글 올립니다. 저는 올해 3월에 3년 다니던 중소 IT 회사를 퇴사했어요. 퇴사 이유가 워낙 황당해서, 그냥 넘어가기 억울하다는 생각에 4월 초에 직장인 익명 플랫폼에 회사 후기를 올렸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런 거였어요. 임원이 회의 중에 특정 직원을 공개 망신 주는 일이 잦았고, 연장근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으며, 퇴사할 때 제 담당 프로젝트 인수인계를 빌미로 퇴직금 지급을 두 달 넘게 미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고, 비슷한 처우를 받은 동료들 얘기도 함께 적었어요. 닉네임도 완전히 가명이었고, 회사 이름은 플랫폼 특성상 자동으로 태그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글 올리고 딱 6주 뒤인 5월 중순에 회사 법무팀 명의로 내용증명이 날아왔습니다. 허위사실로 회사 명예를 훼손했으니 글을 즉시 삭제하고 손해배상 2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황당해서 일단 글을 내리지 않았는데, 이달 초에 결국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서가 왔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들어온 거예요. 제가 쓴 내용은 다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인데, 이게 어떻게 명예훼손이 되는 건지 이해가 안 가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건지 너무 무섭습니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을 적었는데도 명예훼손이 되는 구조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우리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사실'뿐 아니라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어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제2항이 허위사실 명예훼손을 각각 규정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경우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가 적용됩니다. 법정형만 놓고 보면 허위사실 쪽이 더 무겁지만, 사실을 적었다고 해서 무조건 면책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다만 형법 제310조는 중요한 예외를 열어두고 있어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명시하고 있거든요. 이 사건에서 당사자가 쓴 내용, 즉 임금 체불,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공개 망신 등은 단순히 개인 감정 표출이 아니라 구직자들이 알아야 할 노동환경 정보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법원이 이런 유형의 직장 후기에서 공익성을 인정해 온 흐름이 있고, 특히 다수의 구직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에 올린 글은 그 공익적 성격이 더 부각되는 편이에요. 그러나 공익성 항변이 자동으로 통하는 건 아닙니다. 글의 표현 방식, 사실 확인 없이 전파된 내용이 섞여 있는지 여부, 특정인을 겨냥한 개인 공격 요소가 포함됐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요.
수사에서 결과를 가르는 사실관계의 디테일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과 검찰이 들여다볼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글에 적힌 내용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그리고 당사자가 그 사실을 충분히 믿을 근거가 있었는지입니다.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은 급여명세서나 근로계약서, 출퇴근 기록으로 입증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에요. 퇴직금 지연 지급도 계좌 이체 내역이나 회사의 답변 문자 등이 남아 있다면 사실성을 뒷받침하는 데 직접 도움이 됩니다. 둘째, 동료들의 경험을 함께 서술한 부분입니다. 본인이 직접 겪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경우, 그 동료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정황이 있어야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성립됩니다. 이 근거가 빈약하면 해당 부분만 따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반면에 회사가 민사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려면 실제로 입은 재산상 손해를 수치로 입증해야 하는데, 직원 채용에 차질이 생겼다거나 계약이 해지됐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게 실무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에서 2천만 원을 요구했다고 해서 그 금액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되는 건 아니에요. 형사 고소가 협상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지금 이 상황이 어느 국면인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챙겨야 할 것들
출석 요구서를 받은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겁니다. 급여명세서, 근로계약서, 퇴직금 지급 관련 회사 측 연락 내역, 당시 회의나 업무 지시가 담긴 메신저 기록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이미 퇴사했다면 회사 내부 시스템 접근이 어려울 수 있으니, 개인 기기에 저장된 것부터 정리하세요. 동료의 경험을 함께 적었다면 그 동료가 직접 진술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공해 줄 의향이 있는지도 미리 확인해 두면 좋아요. 글을 삭제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삭제 자체가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해석을 불러올 수 있어요. 플랫폼에 게시된 글의 URL과 전체 내용을 캡처해서 원본 그대로 보존해 두는 게 먼저입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진술을 최소화하고 핵심 사실 위주로만 답변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특히 동료들에 관한 부분은 사전에 정리된 논리 없이 즉흥적으로 설명하면 진술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노동청에 이미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지연을 신고한 기록이 있다면 그 접수증도 함께 챙겨두세요. 해당 신고가 공익적 목적의 근거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참고 법령·자료
이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자가 점검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필요한 경우 변호사에게 확인하세요.
